권서영 건축사‧수평 건축사사무소(사진=권서영 건축사)
권서영 건축사‧수평 건축사사무소(사진=권서영 건축사)

“건축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빈번하게 듣는 질문이지만 건축사조차도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건축사를 검색해보면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기술자’라고 설명한다. 기술된 대로 건축사의 역할을 설명하면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뜻인가요?“라는 식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대한건축사협회 누리집에는 건축사의 역할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기획(건축 기획 및 사업성 조사·총괄 계획 및 마스터플랜·프로젝트 관리·건축주 지원 서비스) ▲생성(평가 및 계획 서비스·설계 서비스·친환경 리모델링 설계 및 컨설팅) ▲유지 관리(시공자 관리 서비스·계약 관리 서비스·시설물 운영관리 서비스) ▲멸실(서비스 스케줄 관리·건축물의 감리 및 현장 지도·건축물의 유지관리 점검 컨설팅 업무·건축물의 감정 업무·각종 행정업무) 등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건축사의 업무 영역보다 더 많은 범주의 일을 맡아서 진행하는 게 건축사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는 구조, 전기, 기계설비, 소방 분야와 협업하고, 교육, 의료, AI 등 전문 분야와의 교류도 진행한다. 건축사는 그야말로 다양한 업역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전문 직업군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건축사의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건축사가 행할 수 있는 업무 영역 중에서 건축사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사람들은 건축사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대중에게 건축사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나열하기보다 건축사의 업역을 보여주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건축사의 일을 유형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시스템화하고,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도록 시각화한다면 건축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사가 하는 일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설계대가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비용과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는 이유도 건축사의 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건축사의 일이 항목별로 금액을 정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협회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설계대가 기준안 마련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건축사의 업무가 무엇이고, 건축사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건축사 사용법’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건축사 개인의 역량 강화와 개인적인 홍보 외에도 건축사의 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건축사 설명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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