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로서 가장 기억의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건축주가 제가 만든 결과물을 좋게 평가했을 때입니다. 첫 회사에서 함께 작업했던 분과 십여 년 만에 다시 합을 맞춰서 작업했던 프로젝트가 생각나네요. 그때 건축주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은호 건축사님은 현장에 왜 이렇게 많이 와요? 저보다 더 제 집에 진심인 것 같아요라고 말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도 그런 말을 듣는 건축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건축 본연의 가치를 진심으로 생각해 온 이은호 건축사(건축집단 건축사사무소, 울산광역시건축사회)의 건축적 가치와 지향점에 대해 들어봤다

이은호 건축사‧건축집단 건축사사무소(사진=이은호 건축사)
이은호 건축사‧건축집단 건축사사무소(사진=이은호 건축사)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기 전부터 어떤 방향성을 가진 사무소를 만들지 고민하며 사무소명을 생각했습니다. 사무소의 이름과 로고, 위치 등을 생각하면서 어떤 건축을 담아낼 수 있을지 줄곧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두 가지 의미를 담아 건축 집단이라고 사무소 명을 정했습니다. 먼저 집단은 단순한 무리를 가리키는 Group이 아니라 직업관심사 등이 같은 사람들의 집합체를 뜻하는 Colony를 뜻합니다. 건축전문가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사무소라는 의미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프로젝트 영역 중에서 집(주택)과 단(종교 건축)에 집중해 본연의 건축적 가치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담았습니다.  

Q.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의무가입 이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사무소 개소와 동시에 모교 건축학부에서 5학년 설계 겸임교수직을 맡게 됐습니다. 학생들과 교류하며 선배 건축사로서 건강한 설계 작업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사무소를 만들어 가는 토대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의무가입을 통해 그러한 환경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은호 건축사의 건축집단 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축사사무소 에프엘이 공동 작업한 울산 약사동 단독주택 ‘풍경이 머무는 집’(사진=최진보)
이은호 건축사의 건축집단 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축사사무소 에프엘이 공동 작업한 울산 약사동 단독주택 ‘풍경이 머무는 집’(사진=최진보)

Q.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공동 플랫폼을 운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적어도 두 가지를 다뤘으면 하는데요. 우선 건축사와 건축주를 연결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건축주를 통해 종종 프로젝트를 의뢰하려 해도 아는 건축사가 없고,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건축사인지 쉽게 알 수 없어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건축사가 자신의 장점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서로 결이 맞는 건축사와 건축주가 만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자재, 상세도면, 일위대가표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면 업무 진행에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울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만큼 우선 울산 내에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평소 관심이 많은 도시재생과 실내 건축 분야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울산이라는 지역과 건축이라는 방식을 넘어 지역성과 상황에 맞춰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하려 합니다. 다채로운 작업 방식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지금도 타 지역에서 활동 중인 건축사 동료들과 설계공모를 진행하며 디자인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건축사 업무는 경쟁에 익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게 건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선택을 만들어가는 건축사 동료들과의 경쟁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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