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소장)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생각보다 더디다. 여러 기술적 문제가 나타나면서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완성차 업체나 자율주행 기업들이 상용 서비스 출시를 연기하고 있다. 수많은 돌발 변수가 나타나는 운전 상황에서 아직까지 인간 수준의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돌파구를 마련한 곳이 있다. 테슬라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무모한 마감시한 설정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연내 완전 자율주행 완성’을 공언했다가 공수표를 날리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작년 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 12 버전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시범 운용을 하고 있다. 테슬라가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다른 회사와 다른 접근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은 규칙 기반으로 시스템을 설계한다. ‘초록색 신호일 때 주행하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멈춘다’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고 자동차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수립해야 할 규칙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점이다. 사람이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경우의 수 뿐만 아니라 도로 위에서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미리 규칙을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테슬라도 처음에 이런 접근을 했다. 하지만 한계를 깨달았고 접근 방식을 바꿨다. 테슬라의 장점은 지금까지 판매한 전기차를 통해 실제 운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을 동원해 노련한 운전자라고 인정되는 사람의 자료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료를 구분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에게 학습을 시켰다.

생성형 AI 기술과 같은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 자율주행차량	(사진=pixabay)
생성형 AI 기술과 같은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 자율주행차량 (사진=pixabay)

결과는 규칙기반 접근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를 가져왔다. 수많은 돌발 상황에서 노련한 운전자와 유사한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인 챗GPT의 학습 방식과 유사하다.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시킨 결과,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해서 놀라운 수준의 문장 구사력을 보여준 것과 비슷하다.

생성형 AI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과거 예측의 영역이 아니었던 것을 예측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할 수 있다. 운전이나 글쓰기 등은 예측과는 성관 없는 영역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강력한 기계학습이 도입되면서 이런 과업을 예측 과업으로 전환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접근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는 인간의 행동 예측이 될 것이다. 테슬라도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인데 과거 로봇들은 특정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규칙을 기반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앞으로 로봇은 일이나 운동을 잘하는 인간의 특징을 학습해서 특정 목표를 제시하면 다음에 나올 최적의 동작을 예측해서 능숙하게 과업을 수행할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가정과 일터 모두에서 혁명적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은 바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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